의뢰는 단순했습니다. 강원후평 AX Connect Meet-up의 오프닝을 여는 주제영상. 하지만 AX(AI 전환)는 슬라이드 위 키워드일 뿐, 그 자체로는 가슴이 뛰지 않습니다. 로고를 띄우고 자막을 깔면 ‘설명’은 되지만 ‘각인’은 되지 않죠.
무대는 정해져 있었습니다. 춘천 후평동 바이오산업단지. 이 실제 공간을 배경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여기에서, 무언가가 시작된다” — 그 한 문장을 90초 동안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것. 그게 이번 영상의 과제였습니다.
먼저 밝혀둡니다. 이 영상은 (주)더픽트 MICE팀이 진행한 행사의 콘텐츠로, (주)스톤키즈가 제작을 수주해 만든 작업입니다. 기본 기획 의도와 방향은 더픽트 측에서 전달받았고, 스톤키즈의 몫은 그 방향을 ‘어떻게 영상으로 보이게 할 것인가’ — 비주얼·연출·AI 제작 파이프라인을 설계하고 끝까지 완성하는 일이었습니다.
CHAPTER 02 — 발상의 전환
기관 로고 대신, 발진하는 로켓
전달받은 방향을 영상으로 옮기는 출발점은 여기였습니다. 행사를 이끄는 세 기관 — 강원창작개발센터·한림대학교·강원대학교 — 을 글자로 소개하는 대신, 각각을 상징하는 세 대의 로켓으로 의인화하는 것. AX는 미래로 ‘발진하는 힘’이니까요.
톤은 기동전사 건담에서 가져왔습니다. 솔직히 이건 건담을 좋아하는 제가 직접 잡은 레퍼런스예요. ‘멋진 메카’를 베끼려던 게 아니라, 건담 특유의 ‘기계적 설득력’ — 장난감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고, 움직이면 위험할 것 같은 무게감 — 을 빌려오고 싶었거든요. 누리호 발사 영상, 실제 위성 사진까지 함께 모아 ‘진짜처럼 보이는 SF’의 결을 찾았습니다.
마침 제작 시기가 누리호 발사와 맞물려, 사람들 머릿속에 ‘로켓’의 이미지가 한창 익숙해져 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TV 중계에서 익히 보던 앵글 — 로켓이 이송되고 발사대에 기립하는 장면, 발사 타워 구도 — 을 일부러 비슷하게 따왔습니다. 탑재체(payload)도 낯선 SF 메카가 아니라 어디선가 본 듯 친숙하게 읽히도록 설계했고요. 익숙한 그림 위에 AX의 상징을 얹으니, ‘있을 법한 진짜’로 한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레퍼런스 보드 — 건담식 우주 함선 컨셉 · 실제 AX 혁신사업 자료 · 누리호/위성 톤 레퍼런스. ‘진짜처럼 보이는 SF’의 결을 먼저 합의했습니다.
한 가지 더. 기획 단계엔 세 기관의 로켓이 모두 있었습니다. 다만 90초라는 짧은 호흡 안에서는 셋을 고루 보여주기보다 하나에 초점을 모으는 편이 메시지가 더 선명했죠. 그래서 최종 영상은 행사의 중심인 강원창작개발센터에 맞춰 정리했고, 세 갈래의 발진은 하나의 축으로 자연스럽게 모였습니다.
CHAPTER 03 — 방법
가장 중요한 한 수 — 드론 실사를 ‘좌표’로
AI로 만든 에셋이 실사 위에서 떠 보이지 않으려면, 둘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후평동을 드론으로 촬영하는 것이었습니다. 단, 이 드론 영상은 배경이 아니라 3D 씬 전체의 기준 좌표입니다. 건물 높이, 도로 폭, 카메라 무브 — 모든 CG와 AI 연출이 이 실사 위에 좌표를 맞춰 얹힙니다.
이 모든 기획과 레퍼런스는 allo.io 캔버스 위에 한데 모아 정리했고, 그 위에서 제작은 여섯 단계로 흘러갔습니다.
06합성 · 파이널 — 대기 원근, 태양 방향, 접지 그림자를 ‘있어 보일 정도만’ 맞춰 마감.
실제 기획 보드(allo.io) — 드론 소스부터 합성·파이널까지, 단계별 To-Do와 ‘AI 활용 포인트’를 미리 못박아 두었습니다.
CHAPTER 04 — 도구의 여정
영상도, 이미지도, 음악도 — 전부 AI로
이번 프로젝트의 진짜 실험은 파이프라인 전체를 생성형 AI로 돌린 것입니다. 흐름은 이렇게 정리됐습니다.
↳Nano Banana 로 에셋 ‘이미지’를 생성 — 로켓 3종, 데이터 큐브, 네트워크 비주얼의 룩을 잡습니다.
↳Kling 2.1 로 그 이미지에 ‘움직임’을 부여 — 발진·하강·확산 모션을 영상으로 생성합니다.
↳생성된 컷을 드론 실사 위에 합성 — 좌표·대기·그림자를 맞춰 한 장면으로.
↳배경음악은 Suno 로 제작 — 긴장감에서 절정으로 차오르는 스코어를 직접 생성했습니다.
덧붙이자면, Nano Banana와 Kling 2.1이 ‘지금’ 기준 최고의 모델은 아닙니다. 다만 이 영상을 만들던 2025년 말 시점에는, 실사 합성에 필요한 일관성과 톤을 그나마 안정적으로 뽑아주던 당시로선 가장 나은 조합이었습니다. 도구는 빠르게 좋아지지만,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손에 쥔 최선으로 끝까지 완성하는 것’이니까요.
디자인은 시종일관 ‘건담의 규칙’을 따랐습니다. 완벽한 곡선 대신 각진 실루엣과 패널 분할, 의미 없는 장식은 제거, 모든 발광은 ‘기능’을 설명할 것. 기획 단계에선 세 기관을 색으로 나눴습니다.
AX
블루 — 인공지능 전환
인력양성
그린 — 사람을 키운다
원천기술
골드 — 기술의 뿌리
다만 최종본에서는 이 셋을 ‘AX’ 키워드 하나로 정리했습니다. 인력양성·원천기술까지 모두 설명하기보다, 가장 큰 메시지 하나에 힘을 싣는 편이 90초 안에서 훨씬 선명했으니까요.
“건담은 ‘멋있게 보이기’가 아니라, ‘저게 움직이면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 제작 노트, 디자인 원칙
단, 여기서 분명히 선을 그어야 했습니다. 로켓이 ‘미사일’처럼 위협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것. 건담에서 빌리고 싶었던 건 실재감 있는 ‘기계적 설득력’이지 무기의 살벌함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같은 로켓·같은 메카닉이라도 공격적인 날카로움 대신 위로 솟아오르는 도약감 — 미래로 ‘발진하는 힘’ — 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진짜 같다’는 무게는 살리되, 적대적으로 읽히지 않도록 형태와 빛을 다듬은 거죠.
디자인 원칙 — 형태·표면·컬러·합성 체크리스트를 한 장으로.최종 AI 생성 에셋 — 로켓 3종 · 데이터 큐브 위성 · AX 네트워크 맵.